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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박지성 본부장 "유소년 축구의 위기,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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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2014년 5월14일 수원시 박지성축구센터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은퇴기자회견하고 있다.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경쟁력 줄어든 유소년 축구, 마음이 아팠다.”

‘실천의 리더십’ 박지성(36)이 유소년 행정에 나서게 된 계기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시아 내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만큼 어둡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숱한 고민을 거쳐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란 직책을 수락하게 한 근원이었다.

박지성은 8일 단행된 대한축구협회 인사를 통해 신설된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이미 JS파운데이션 이사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홍보대사, 아시아축구연맹(AFC) 사회공헌위원, 국제축구평의회(IFAB)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책을 수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여름엔 영국과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코스를 이수, 축구 행정가로 나아갈 준비를 빈 틈 없이 실행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스승이자 세계적인 명장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추천에 따라 유럽에서의 기회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대한축구협회란 조직을 넘어, 한국 유소년 축구의 미래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번 직책을 수락했다. 그는 9일 본지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 강했던 이유는 유소년과 청소년에서 강했기 때문”이라며 “이젠 그런 모습 볼 수 없을 것이란 위기감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면 힘 닿는 곳까지 노력하고 싶다”고 수락의 이유를 밝혔다. 어느 조직이냐보다는 어떤 일이냐에 중점을 둔 셈이다. 박지성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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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박지성(오른쪽)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07년 7월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유 친선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우리나라와 차이점을 느낀 적이 많이 있었다. 무엇이 다른지 관심있게 지켜보던 중 유소년 시스템에 부러움을 많이 느꼈다. 자연스럽게 유소년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한국 축구의 성적이 좋지 않다. 한국 대표팀이 아시아에서 강했던 이유는 유소년 및 청소년에서부터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인데, 이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런 위기감을 나는 물론이고 많은 축구팬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소년은 대중에겐 중요성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나라 축구의 뿌리이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상황들이 나로 하여금 ‘그저 지켜만 봐서는 안되겠구나’라는 마음을 먹게 했다.

-오랜 기간 많은 고민 끝에 이 직책을 맡은 것으로 들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2014년 5월)은퇴 후 무엇을 바로 시작하기보단 행정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 계획엔 변함이 없다. 예전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유럽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전 맨유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길 FIFA 부회장, 퍼거슨 감독님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또 퍼거슨 감독님이 여러 구단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직접 나서서 도와주신 일들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 일을 본격적으로 맡기엔 힘든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당분간은 영국에 머물러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 제안을 받아들여 직책은 맡은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유소년 정책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 축구를 되돌아 볼 때 이렇게 힘든 시기가 없는 것 같은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바라봐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상황과 한계를 협회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함께 힘을 모아주시겠다고 해서 결심을 굳혔다.

-현역 시절 축구센터를 만들었고, 국제유소년대회를 창설했다.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유소년 육성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이번 임무 역시 연장선상으로 봐도 되나.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은 단지 선수를 육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축구의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꼭 장래에 직업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또 축구를 통해 필요한 덕목들을 배울 수 있다. 그 만큼 중요한 교육이 축구다. 이번 임무 역시 그 동안 내가 유소년에 쏟은 관심과 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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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2002년 6월14일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안기고 있다. (스포츠서울DB)

-행정가의 꿈은 갖고 있으나, 이번엔 유소년 축구에 대한 헌신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행정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유소년과 사회공헌이었다. 앞으로 행정 쪽의 더 많은 분야를 접하다보면 관심 있는 분야가 더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일은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유소년과 관련된 업무에만 한정해서 날 필요로 했다. 그래서 나도 동의했다. 유소년이란 부분에 한정돼 있지만 여러 사람과 협의를 통해 시스템과 정책을 마련하고, 목표 실현 방법을 찾는 일이란 점에서 행정에 관한 실무를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유럽축구를 접하면서 한국에 옮겨다 놓고 싶은 유스 정책이나 구상들이 있을 것 같다.

많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소년 교육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를 즐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축구를 즐길수 있는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여러 현실적인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론 많은 이들이 축구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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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2013년 6월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컨벤션웨딩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유스전략본부장을 하면서 어떤 축구 선수 길러내는 것에 초점을 둘 생각인가.

좋은 축구 선수는 좋은 지도자와 환경을 통해 나올 것이다. 좋은 지도자는 좋은 시스템에서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내가 좋은 선수 직접 길러내는 일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런 계통의 일을 하다보면 현장과의 소통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하다.

그 동안 유소년 발전을 위해 많은 분들이 다양한 노력들을 하셨을 것으로 본다. 그 분들이 계셔 지금까지의 한국 축구가 있었다. 다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보니 기대한 만큼 발전이 없었던 것 아니었나라고 생각된다. 현실과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모두가 한 마음으로, 어떤 이해관계나 사심 없이, 오직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하고 유소년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박지성 개인으로도 새로운 길에 나서게 됐는데.

나 역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한국 축구를 위해 내 모든 힘이 닿는 곳까지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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